본문 바로가기

죽음

백색의 두 가지 방향, '눈'과 '흰' 지난해 김민정 시인은 인터뷰하는 자리에 넓직한 교정지를 들고 왔다. 무슨 책이냐 물어보니 곧 나올 막상스 페르민의 '눈'(난다)이라고 했다. 너무나 아름답고 시적인 책이라고 자랑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작가 한강에게 이 책을 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페르민은 처음 듣는 작가라 이름만 기억했다. 인터뷰 다음 달 '눈'이 출간됐으나, 곧바로 집어들만큼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여름 막바지가 돼서야 챙겨두었던 '눈'을 펼쳤다. 1999년 출간된 책이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24쪽에 불과하고, 게다가 행간이나 여백이 넓어 텍스트는 더욱 적다. 마음 먹으면 1시간 이내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책을 '마음 먹고' 읽을 이유는 없다. 책에 여백이 많다는 건 그만큼 독서에도 여백.. 더보기
병과 죽음의 차가운 해부, <아무르> 한국의 많은 상업영화 창작자들이 그러하고, 관객들도 그것을 원하는 듯 보인다. 슬픈 영화는 슬픈 영화, 웃긴 영화는 웃긴 영화, 무서운 영화는 무서운 영화임을 영화 속에서 수차례 강조하기. 많은 관객이 이미 영화의 장르를 이해하고 표를 끊었을텐데도, 혹시라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친절을 베푸는 걸까. 강조의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음악. 한국 상업영화와 미국이나 유럽 영화를 비교하면 가장 넘쳐나는 것이 음악이다. 슬픈 감정을 고조시켜야할 때가 되면 30초 전쯤부터 "지금 슬픈 장면임"이라고 알려주는 음악을 틀어준다. 웃긴 영화에선 말장난이 애용된다. 유머가 목표물을 벗어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감독들은 시트콤 연출자가 부러울지도 모른다. 시트콤에서는 관객의 웃음소리 음향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 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