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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난삽하지만 신랄하고 철저하고 까끌까끌한, '유령퇴장' 타계를 추모하는 혼자만의 의식으로 필립 로스의 2007년작 (문학동네)을 뒤늦게 읽다. 국내에는 2014년 출간됐는데, 언젠가 입수했다가 회사 책상 앞 책꽂이에 꽂아놓은 뒤 읽지 않고 두었다. 알다시피, 책은 한 번 읽을 시기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로스의 책을 몇 권 읽어나갔을 때 은 제 순서를 맞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난 로스의 책에 조금 지쳤고, 그렇게 을 방치했다. 그래도 책을 치워버리지는 않아서 몇 번 자리를 옮기면서도 줄곧 눈에 보이는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그 사이 은 100년전부터 거기 있었던 정물처럼 놓여있었다. '나'는 70대의 유대계 미국 소설가 네이선 주커먼이다. 주커먼은 1974년 로스의 책에 처음 나온 뒤, 까지 모두 9번 등장했다. 등 로스의 대표작이 그 9편에 속한다.. 더보기
위대하지도, 굴욕적이지도 않은 삶 '스토너' '설레발은 필패'라는 옛 명언이 있지만,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의 첫 20페이지를 채 읽지 않았을 때, 난 이 소설을 오래 기억하리라는 걸 알았다. '스토너'는 1965년 발간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으나, 50년쯤 지난 뒤 재발견됐다. 물론 작가는 1994년 향년 72세로 죽은 뒤였다. 존 윌리엄스의 삶은 소설 속 윌리엄 스토너처럼, 영광스럽지도 그렇다고 굴욕스럽지도 않은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은 윌리엄 스토너의 삶을 한 문단 정도로 요약한 뒤 시작한다. 1891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19세에 미주리 대학에 들어간 뒤 영문학을 전공해 그곳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고 1956년 사망하기 전까지 모교 강단에 섰다. 스토너는 평생 조교수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학.. 더보기
살아남기 위해선 거만하고 못된 년이 되어야 해, '돌로레스 클레이븐' 아직 읽지 않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얼마나 많이 썼는지, 꽤 읽었는데도 아직 남아있다. 언젠가 영화로도 제작된 을 추석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역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가정폭력 문제를 이보다 더 잘 쓰기가 쉬울까. 이른바 '순수문학'에선 가정폭력에 고통받는 여성이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겠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에선 복수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현실에선 전자의 경우가 많겠지만, 우린 장르소설 속에서라도 복수를 꿈꾼다. 영화화된 . 캐시 베이츠가 에 이어 다시 한번 스티븐 킹의 소설 원작 영화에 출연했다. 소설은 오랫동안 가정부로 일하던 집의 안주인 베라를 죽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온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1인칭 진술 형식이다. 돌로레스는 자신은 베라를 죽이지 않았지만, 사.. 더보기
<필경사 바틀비>, 카프카 이전의 카프카 창비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뛰어들면서 특이하게도 단편선집을 내고 있다. 이런저런 연유로 미국 문학사의 유명 단편들을 엮은 를 구입했다. 는 으로 유명한 허먼 멜빌의 작품이고, 그외 너새니얼 호손, 에드거 엘런 포우, 마크 트웨인, 헨리 제임스, 스콧 피츠제럴드, 윌리엄 포크너 등의 작품이 있다. 샬롯 퍼킨스 길먼, 찰스 W. 체스넛, 스티븐 크레인, 셔우드 앤더슨은 이 작품집을 통해 처음 알게된 이름들이다. (옮긴이는 헤밍웨이를 넣지 못해 "우울"하다고 썼다)엮고 옮긴이의 해설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는데, 선정 기준은 딱 영문과 교수의 그것이다. 현대 한국의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작품들이라기보다는, 미국문학사에서 의미를 가질만한 작품을 골라 묶었다.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다. 를 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