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편소설

세월의 마스터, <런어웨이> 장르 단편 모음집인 에서 시작해 조이스 캐럴 오츠, 레이먼드 카버까지 영미권 작가들의 단편집들을 잇달아 읽다보니 어느덧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앨리스 먼로에 이르렀다. 국내에 몇 권의 작품집이 소개돼 있는데 난 얼마전 가디언이 '최고의 단편선 10권' 중 하나로 뽑은 (2004)를 골랐다. 가디언은 이 작품집에 대해 "는 먼로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이며, 그가 가진 최고의 기술들, 즉 때로 수십년에 이르는 시간의 매끄러운 이동, 몇 페이지로 전 생애를 전개하는 능력, 단순한 언어를 통한 복잡한 진실의 탐구 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나를 사로잡은 건 가디언이 첫번째로 꼽은 기술이다. 에는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 중 표제작 '런어웨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작품들은 수십 페이지로 수십 .. 더보기
피가 듣는 삶의 단면,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1938~1988) 예전에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몇 권을 읽은 적이 있다. 를 들고 있는 걸 본 한 친구가 표지의 제목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 '이거 그런 책 아니다'라는 식으로 해명을 한 적도 있다. 사실 그 책은 책 디자인이 좀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해할만도 하다. 아무튼 그때 카버를 읽었을 대는 "좋았다" 정도였다. 이번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일환으로 다시 나온 을 읽은 뒤에는 그냥 입이 벌어졌다. 카버를 처음 읽은 뒤로도 10년이 흘렀고, 그 사이 나도 그만큼의 나이를 먹었고, 그래서 카버가 그린 삶의 정수를 조금 더 실감나게 느끼고 있는 걸까. 카버를 두고 '미국의 체홉'이라고 흔히들 얘기하지만, 난 체홉의 단편 몇 편을 읽으며 그다지 강렬한 인상.. 더보기
작심한 단편모음집, <안 그러면 아비규환> 단편집을 읽으면서 한결같이 주옥같은 작품들만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몇 편에서라도 번뜩이는 인상을 얻으면 만족하는 편이다. 장편은 읽는데 어느 정도의 노력, 시간을 투자해야 하므로 그만큼 기억에도 남는 반면, 쉽게 읽히는 단편은 쉽게 잊힌다. 이지 컴, 이지 고. 은 "영미권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작정하고 쓴 ‘장르’ 단편소설 모음집"를 표방한다. '공포'라는 주제 외엔 공통점이 전혀 없는 단편집이라고 홍보되지만, 어떤 것들은 별로 공포스럽지도 않다. 제목을 표제로 따온 닉 혼비의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티비 시리즈 의 한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였다. 별 볼일 없는 15살짜리 남자 아이가 교내의 퀸카 여핛생과 섹스를 하게 된 사연을 1인칭의 구어체로 풀어놓는다. 남자 아이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