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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영화는 묻는다

히피 군인에 대해-초(민망한)능력자들

<초(민망한)능력자들>의 케빈 스페이시(좌)와 조지 클루니.


히피족이면서 동시에 군인일 수 있습니까.

이번주 개봉하는 영화 <초(민망한)능력자들>에는 그런 군인이 나옵니다. 원제는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The men who stare at goats)로 영국의 저널리스트 존 론슨이 쓴 논픽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실존했다는 미 육군 산하 특수부대의 이야기입니다. 30여년전에 설립된 이 부대의 주특기는 원격투시, 주파수공격, 벽 통과하기, 노려봄으로서 죽이기 등입니다. 한마디로 초능력자 부대입니다.


특종을 찾아 헤매던 영화 속 기자 밥 월튼(이완 맥그리거)은 묘한 분위기의 남자 캐서디(조지 클루니)를 만나 신기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캐서디는 자신이 미 육군의 초능력자 부대 소속으로 비밀 임무를 수행중이라고 합니다. 밥은 호기심에 캐서디를 따라 이라크에 갔다가 온갖 온갖 고생을 합니다.


캐서디가 속한 ‘신지구군’(New Earth Army)는 베트남 참전 군인인 빌 장고(제프 브리지스)에 의해 창설됐습니다. 장고는 전장의 전우들이 적들을 정조준하지 않고 일부러 빗나가게 쏘는 모습을 목격한 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인을 원치 않는다”고 결론내립니다. 부상을 당해 전장을 벗어난 그는 당대를 휩쓸던 뉴에이지 운동, 즉 히피즘에 6년간 빠져 지내다가 군대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수도승의 정신을 겸비한 전사’가 되자는 깃발을 내걸고 상부로부터 신지구군 창설을 허가 받습니다. 세계의 분쟁 해결을 목표로 하는 이들은 ‘반짝 눈 기술’을 써서 적을 제압하고, 분쟁 지역에 식물 혹은 동물을 가져가고, 토착 음악을 듣고, 평화의 말을 건넵니다. 물론 군 상부에선 소련이 초능력자 부대를 만들었다는 정보에 허겁지겁 부대 창설을 허가했을 뿐, 애초에 평화 따위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신지구군은 그 이전이나 이후의 어느 군인과도 다릅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총 대신 눈빛을 쏘고, 육체보다는 정신을 단련하고, 전쟁보다 평화를 외칩니다. 영화는 이들의 황당한 훈련 과정에서 웃음을 끌어냅니다. 하지만 그 웃음의 바탕에는 철없는 바보에 대한 조롱 대신 실패한 이상주의자에 연민이 깔려 있습니다. 비록 소련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들 신지구군은 ‘군인’에 대한 현재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고자 했습니다.


신지구군은 전혀 군인답지 않지만, 과연 군인다운 것이란 무엇입니까. 민주화 시위를 하던 민간인에게 발포한 공수부대는 군인다웠습니까. 민간 정부를 뒤엎고 스스로 대통령이 된 군인은 어떻습니까. 독립운동을 하던 동족의 목을 밴 조선인 출신 간도특설대는 ‘전쟁영웅’으로 미화할만 합니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속성을 하나로 묶어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환경을 사랑하는 토건족, 이익을 공유하는 자본가, 공명심이 없는 정치인. 지금은 상상 뿐이지만, 상상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