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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코멘트1

아이와 놀아줄게 별로 없다. 이래저래 몸을 써도 한계가 있고. 어쩌면 가장 쉬운게 책 읽어주기다. 그래서 예전엔 전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어린이책을 몇 권 집어들게 됐다. 그림이 중심인 책들이다 보니 의외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일본 작가의 <훌러덩>은 내 마음에도 든다. 작은 남자 아이가 옷을 하나 둘씩 벗더니 강, 바다, 산으로 날아다니며 호연지기를 기른다는 내용이다. 선 굵게 그린 그림이 호방하다. "여봐라, 아무도 없느냐. 나는 바다의 왕자다"같은 대목을 힘차게 읽어주면 아이가 꺄르르 웃는 경우까지 있다(고 아내가 일러줬다).





난 한국작가의 이 책도 마음에 드는데, 아이는 몇 페이지 읽어주면 마치 '닭살 돋아 못보겠다'는 표정으로(물론 내 추측) 도망가 버린다. 곰인형을 안은 작은 소녀가 여기저기 뽀뽀를 하고 다니다가, 결국 거울 속 나라에까지 들어가는데 거기서 지금까지 자기가 뽀뽀해줬던 녀석들이 돌아와 뽀뽀해준다는 내용이다. 사랑과 평화가 충만한 책인데, 아무튼 내 아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역시 아들인가. 그래, 뽀뽀 따위 아무데나 가서 하지 말아라.





모 윌렘스란 작가의 시리즈 책이다. 우린 이 중 두 권을 갖고 있다. 고양이가 주인공인데, 동물 친구들을 만나서 이것 저것 묻고 다닌다는 내용이다. 암소, 병아리, 강아지 등에게 어떤 소리로 우는지 묻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토끼를 찾는다. 토끼는 묵묵부답이다. 토끼는 어떻게 울까. 미국에서도 토끼 우는 소리는 가르치지 않는 모양이다. 작가는 토끼의 침묵을 위트있게 해석한다. 역시 평화롭게 지내자는 얘기다. 세상이 어찌됐든, 아기는 평화가 좋다.






분홍토끼 시리즈다. 난 이 시리즈의 허무 개그같이 황당한 결말이 좋고, 저 악마같이 생긴 분홍토끼도 좋은데, 아내와 아기는 별로 안좋아한다. 그림체가 간결한 편이라 시각적인 흥미를 끌지 못하는 모양이다. 유머가 아기들이 이해하기엔 좀 짖궃은 편인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좋아서 몇 번 읽어줬는데 반응은 신통치 않다.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다. 브라운이 방한한 적이 있는데 엄마들이 줄을 몇 십 미터씩 늘어서서 사인을 받았다고 한다. 저 체크 무늬 가운이나, 차를 마시는 모양 등에서 영국 분위기가 확 풍긴다. 아이는 이 표지 그림을 좋아한다. 웃긴가보다. 내가 봐도 웃기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