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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고양이를 보고 나는 쓰네


늦은 퇴근길.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길고양이 시체를 보았다. 가죽만 벗겨놓은 듯 납작하게 엎드린 그 시체. 횡단보도의 무늬를 닮은 검고 흰 얼룩. 얼마나 많은 차들이 그 위를 지났을까. 첫번째 운전자는 타이어에 짓눌린 생명의 꿈틀거림을 느꼈을까. 두번째 운전자는 작고 곧은 척추가 우그러지는 소리를 들었을까. 세번째 운전자의 손에는 심장의 마지막 박동이 전해졌을까. 네번째 운전자는 작은 요철을 지났을까.

길고양이 영혼의 무게는 얼마일까. 그 무게는 인간의 영혼보다 가벼울까. 60억의 인간, 그 60억배수 생명체 영혼의 무게는 모두 얼마일까. 누구의 영혼은 다른 누구의 영혼보다 크고 무거울까. 

나는 기억하고 생각하고 쓴다. 블로그를 통해 길고양이의 영혼을 불러세운다. 생명의 무게에 무감해지지 않기 위해. 단 10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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