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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화장>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시사회를 다녀왔다. 지금 이 영화에 대해 총체적인 감상을 적기는 어렵다. 그저 짤막한 단상 정도. 스포일러 포함. 1. 오상무(안성기)가 똥을 싸는 아내(김호정)를 욕실에서 씻어주는 장면은 정확하다. 빼고 더할 것이 없다. 알려진 바로는 임권택 감독은 김호정에게 하반신을 노출하고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일에서야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배우와 미리 상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장면에는 노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다른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똥오줌을 가리면서 사람이 된다. 아이는 똥오줌을 가릴 때쯤 서서히 자아를 갖춘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어른이 똥오줌을 못가린다는 것은 그의 신체적 능력이 아이 수.. 더보기
임권택 감독의 말+<달빛 길어올리기> 리뷰 임권택 감독의 '말'은 정말 독특했다. 알다시피 그는 어눌하고 느리고 게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말을 구사한다. 말에는 마침표가 없어서 말을 끊지 않는 한 다 듣는데 오래 걸린다. 방송 인터뷰를 하기엔 부적당하고, 신문에서 쓰려면 문어로 각색해야 한다. 이번에 쓴 기자간담회 기사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길고 느리고 종횡하는 말들이 결국 끝까지 들으면 일이관지하는 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말들 사이에 정연한 논리가 서 있고, 전후맥락이 고려돼 있으며, 유머도 잠복해 있다. 동서양 지혜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공자를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제자들을 말로 가르쳤고, 이후의 제자들이 이 말을 불완전한 글로 옮겼다. 어쩌면 임권택 감독의 말은 그런 스승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불륜 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