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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연상


아침 출근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생각이 났다. 극중 톰 크루즈는 특수장갑을 낀 채 허공에 3차원으로 뜬 디스플레이를 이리저리 조작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낸다. 8 년 전 영화를 봤을 때는 무슨 황당한 이미지인가 싶었는데, 그 사이 스마트폰이 나오니 스필버그의 비전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필립 K. 딕의 오랜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스필버그는 영화의 이미지를 자신의 상상력이나 책 속에서만 추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스필버그라는 이름값으로 접근 가능한 미국 기업 혹은 국가의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최대한 끌어모아,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을 듯하다.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지모프 같은 대가가 그랬듯, 훌륭한 SF작가는 냉정한 과학자와 통찰력있는 예언자의 자질을 두루 갖춰야 한다.

지금 미국의 감독중, 스필버그처럼 나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마이너리티 리포트> 생각을 하다보니 <A.I.> 생각으로 이어졌다. <A.I.>는 현재 현재 내 '올타임 베스트 10'에 반드시 들어갈만한 영화다. 서늘하면서 암울하면서 환상적이고 슬프다. 할리 조엘 오스몬트는 이 영화 하나로 영화사에 남을 수 있다. 로봇 남창 주드 로도 오래 기억에 남고. 누군가는 이 영화의 엔딩이 지나치게 '스필버그적'이라고 했지만, '스필버그적'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를 '해피 엔딩'이라고 하는 것만큼의 착각도 없다. '가족의 복원'으로 대표되는 80년대 할리우드 및 스필버그 영화들의 엔딩을 따르는 듯하면서 기묘하게 비틀어버리는 영화의 최종 선택에는 식은땀이 날 정도다. 스탠리 큐브릭이 살아서 <A.I.>를 완성했다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라는 상상도 오랜 시간 영화팬들을 즐겁게 해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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