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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영화는 묻는다

우리에겐 왜 '예외적 지도자' 없나요

버락 오바마는 '예외적 인물'입니까. 한국에는 그런 '예외'가 있습니까.

백악관은 44번 만에 흑인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였지만, 스크린에선 일찍이 흑인 대통령이 배출됐습니다.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영화 <딥 임팩트·사진>(1998)와 텔레비전 시리즈 <24>가 있습니다. <딥 임팩트> 속 대통령 모건 프리먼은 거대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재난 상황을 국민에게 최초로 알립니다. <쇼생크 탈출>, <다크 나이트> 등 수많은 영화에서 프리먼을 주인공의 충실한 조력자, 혹은 멘토로 등장시킨 원동력은 그의 단호하면서 믿음직한 목소리였습니다. <24>의 데니스 헤이스버트는 암살 위협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는 도덕적이고 명석한 인물입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통령을 바보 취급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미국 대중문화계에서도 '흑인 대통령'은 대체로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그려졌습니다. 한 번도 실제로 '바보짓'하는 흑인 대통령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헤드 오브 스테이트>(한국 미개봉)에서 흑인 대통령 역을 맡은 코미디 배우 크리스 록은 지난해 11월 내한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당선돼서 기쁘지만, 그가 실수하면 언제라도 코미디의 소재로 이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한국은 인종차별 없는 나라인가요.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한국인도 '유색인종'이지만,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같은 미국인이라도 흑인보다는 백인 영어 강사가 인기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방지하는 제도 정비가 우선일 겁니다. 하지만 마음 속의 고정관념은 제도로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고정관념은 '예외'가 나타나면서 깨집니다. 대중문화계는 '예외적 인물'을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흑인 배우는 흥행이 안된다"는 영화계의 오랜 속설이 있었습니다. 윌 스미스는 이 속설을 깬 스타입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스미스 주연의 <핸콕>은 평단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270여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개봉을 앞둔 <세븐 파운즈>도 스미스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록을 제치고 요즘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힙합과 알앤비 음악은 흑인의 전유물입니다. 카니예 웨스트, 아웃캐스트, 비욘세, 존 레전드 등 흑인 뮤지션은 젊은이들의 영웅이 된 지 오래입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미국내 인종 갈등이 치유됐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바마 역시 '예외적 인물'일 뿐이죠. 하지만 제도 개선이 어렵고, 고정관념이 쉽사리 깨질 조짐이 없을 때 카리스마적 인물이 쾌도난마의 길을 여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했습니다. 오바마라는 개인에게 '희망의 근거'를 두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지도자를 떠올려 봅니다. 그는 우리의 희망입니까. 자발적으로 따르고픈 카리스마를 보여줍니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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